
역사에서 배우는 기술사업화 혁신전략 100선 — ⑨
조선 후기 제주 거상 김만덕에게서 오늘날 기술사업화 혁신전략과 ESG 경영의 원리를 찾을 수 있을까?
1795년 제주에 큰 흉년이 들었다. 굶주리는 백성이 늘어나자 김만덕은 상업으로 축적한 자신의 재산을 내놓아 육지에서 곡식을 사들였고, 이를 제주 백성을 구휼하는 데 사용했다.
200여 년 전의 일이지만 기술사업화의 관점에서 다시 보면 흥미로운 질문이 생긴다.
김만덕은 무엇을 팔 것인가보다 사람들에게 무엇이 가장 절박한가를 먼저 보았다. 자신이 가진 자원과 상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문제 해결에 나섰고, 그 결과 경제적 이익을 넘어 사회적 신뢰라는 성과를 남겼다.
오늘날의 언어로 해석하면 절박한 문제 발견, 신뢰경영, 사회적 성과라는 세 가지 기술사업화 혁신전략이다.
몇 해 전 지방의 한 스마트팜 스타트업을 컨설팅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기술력은 나무랄 데 없었다. 센서 정확도와 생육 알고리즘도 경쟁력이 있었다. 그런데 투자 라운드마다 번번이 막혔다.
이유를 파고들어 보니 의외로 단순했다.
“이 기술이 얼마나 좋은가?”는 잘 설명했지만, “이 기술이 누구의 어떤 절박한 문제를 해결하는가?”에 대한 답이 부족했다.
대표는 기술을 설명했고, 투자자는 고객의 문제와 그 문제가 해결된 이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김만덕의 선택을 다시 살펴보면 오늘날 기술사업화를 추진하는 기업이 무엇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지가 보인다.
김만덕에게 배우는 기술사업화 혁신전략 ① — 절박한 문제를 먼저 찾아라
기술사업화의 출발점은 기술이 아니다.
문제(Problem)다.
김만덕은 1739년 제주에서 태어나 상업 활동을 통해 재산을 축적한 인물이다.
1795년 제주에 심각한 흉년이 닥치자 자신의 재산으로 육지에서 곡식을 구입해 굶주리는 제주 백성을 구휼하는 데 사용했다.
김만덕의 행동을 오늘날 기술사업화 관점에서 해석할 때 주목해야 할 것은 ‘절박한 문제’다.
많은 창업자는 자신이 가진 기술에서 출발한다.
“이 기술을 어디에 팔 수 있을까?”
“이 특허를 어떤 제품으로 만들까?”
“우리 기술이 경쟁사보다 얼마나 우수한가?”
그러나 시장은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지금 누가 가장 아파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다음에 물어야 한다.
“우리가 가진 기술과 자원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앞서 이야기한 스마트팜 기업도 Problem과 Technology를 뒤집어 생각하면서 사업계획서가 달라졌다.
센서 정확도를 첫 페이지에 제시하는 대신 병충해 때문에 한 해 농사를 잃을 위험에 처한 농가의 문제를 먼저 보여주었다. 그다음 그 문제를 센서와 알고리즘이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설명했다.
기술이 주인공이 아니라 고객의 절박한 문제가 주인공이 된 것이다.
김만덕에게 배우는 첫 번째 기술사업화 혁신전략은 명확하다.
기술을 찾기 전에 절박한 문제부터 찾아라.
김만덕에게 배우는 기술사업화 혁신전략 ② — 신뢰를 경쟁력으로 만들어라
두 번째 키워드는 신뢰경영이다.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 경쟁자가 따라올 수 있다.
특허로 일정 기간 보호할 수 있어도 영원한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신뢰는 다르다.
신뢰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고 경쟁자가 돈을 투자한다고 단기간에 복제할 수도 없다.
김만덕이 평생 축적한 재산을 제주 백성을 위해 사용했다는 사실은 제주목사를 통해 조정에 보고됐고 정조에게까지 알려졌다.
김만덕은 보상으로 서울에 가서 임금을 뵙고 금강산을 구경하고 싶다는 소원을 밝혔다. 당시 제주 여성에게 육지 여행은 쉽게 허용되는 일이 아니었다. 정조는 이를 특별히 허락했고 김만덕은 한양과 금강산을 방문할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포상 자체가 아니다.
한 상인의 행동이 사회적 신뢰를 만들고 그 신뢰가 국가적 인정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오늘날 ESG 경영도 이와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다.
ESG를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관리하기 위한 평가항목으로만 생각하면 기업에는 또 하나의 비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ESG를 “이 기업을 믿고 장기간 거래하거나 투자할 수 있는가”라는 신뢰의 문제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투자자는 기술만 보는 것이 아니다.
“이 창업자가 약속을 지킬 사람인가?”
“고객에게 책임지는 기업인가?”
“투자금을 맡길 만한 팀인가?”
를 함께 판단한다.
그래서 기술사업화의 경쟁력은 Technology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Technology + Trust
좋은 기술에 신뢰가 더해질 때 지속가능한 사업이 된다.
김만덕에게 배우는 두 번째 기술사업화 혁신전략은 신뢰를 보이지 않는 경쟁자산으로 축적하라는 것이다.
김만덕에게 배우는 기술사업화 혁신전략 ③ — 사회적 성과까지 측정하라
세 번째 키워드는 성과(Return)다.
나는 기술사업화의 성공 가능성을 살펴볼 때 Problem·Technology·Market·Execution·Return이라는 다섯 가지 축을 중요하게 본다.
김만덕의 선택을 이 5D 관점으로 재해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 5D | 김만덕의 선택 | 오늘날 기술사업화에 던지는 질문 |
|---|---|---|
| P | 흉년으로 인한 굶주림, 더는 미룰 수 없는 절박함을 포착 | 우리 기술이 풀려는 문제는 정말 '지금 당장' 절박한 문제인가? |
| T | 당대의 유통망과 상업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 | 우리는 보유한 기술을 문제 해결에 맞게 조합하고 있는가, 기술 자랑에 머물러 있는가? |
| M | 가장 절박한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자원을 우선 연결 | 모든 고객에게 골고루 다가가려다 아무에게도 절실하지 않은 제품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
| E | 평생 모은 재산을 실제로 내놓는 결단과 실행 | 계획서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자원을 투입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
| R | 경제적 이익이 아닌, 세대를 넘는 사회적 신뢰로 귀결 | 우리가 이 사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
여기에서 특히 주목하고 싶은 것이 Return이다.
기업에서 Return이라고 하면 흔히 매출, 영업이익, 투자수익률을 생각한다.
당연히 중요하다. 기업은 수익을 내지 못하면 지속하기 어렵다.
하지만 ESG 경영 시대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기업의 성과 = 경제적 성과 + 고객가치 + 사회적 가치 + 신뢰
라는 관점이다.
기술사업화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허가 몇 건 나왔는가, 기술이전이 몇 건 이루어졌는가만 측정해서는 기술이 실제 사회와 시장에서 만들어낸 가치를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제품이 출시됐는가?
고객의 문제가 해결됐는가?
기업의 매출과 고용이 증가했는가?
투입된 R&D 비용 이상의 가치가 만들어졌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고객과 사회의 신뢰를 얻었는가?
여기까지 추적해야 기술사업화의 진짜 Return을 이야기할 수 있다.
김만덕에게 배우는 세 번째 기술사업화 혁신전략은 그래서 성과를 돈보다 넓게 정의하고 측정하라는 것이다.
김만덕이 ESG 경영 시대에 던지는 질문
김만덕이 200년이 넘도록 기억되는 이유는 그녀가 얼마나 많은 재산을 모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 재산을 가장 필요한 순간에 어디에 사용했는가가 기억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사업화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좋은 기술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누구의 절박한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기술과 자원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
그 과정에서 어떻게 신뢰를 만들 것인가?
그리고 사업이 끝난 뒤 어떤 성과와 가치를 남길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기술이 사업이 되고, 사업이 신뢰가 되며, 신뢰가 지속가능한 성과로 연결된다.
물론 김만덕이 오늘날의 ESG 경영이나 기술사업화를 실천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녀의 선택을 오늘날의 경영과 기술사업화 관점에서 재해석했을 때 발견할 수 있는 원리다.
그 원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절박한 문제를 발견하라.
신뢰를 자산으로 만들어라.
그리고 성과를 돈보다 크게 정의하라.
김만덕은 그 세 가지 원리를 200여 년 전 제주에서 자신의 선택과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기술사업화의 최종 성과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그 기술이 누구의 문제를 해결했고, 시장과 사회에 어떤 가치를 남겼는가가 진짜 성과다.
자주 묻는 질문
Q1. 김만덕의 사례가 왜 기술사업화 혁신전략과 연결되나요?
김만덕이 현대적인 의미의 기술사업화를 했다는 뜻은 아니다. 절박한 문제를 발견하고, 자신이 가진 자원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실행하고,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낸 과정을 오늘날 기술사업화 관점에서 재해석한 것이다.
Q2. 김만덕과 ESG 경영은 어떤 관계가 있나요?
김만덕이 ESG라는 개념을 알고 실천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경제적 이익을 넘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인 신뢰를 만들었다는 점을 오늘날 ESG 경영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의미다.
Q3. 김만덕의 기술사업화 혁신전략을 스타트업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나요?
자신의 사업을 Problem·Technology·Market·Execution·Return의 5D에 대입해보면 된다.
특히 다음 두 질문부터 답해보는 것이 좋다.
“우리 기술은 누구의 어떤 절박한 문제를 해결하는가?”
“우리 사업이 궁극적으로 남기는 Return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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