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의 뛰어난 기술이 실제 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이는 비단 우리만의 고민은 아닙니다. 기술을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기술사업화’의 세계적인 성공 모델로 꼽히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NCSU)의 TEC 프로그램과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TP)의 성공 요인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봅니다.
1. 기술을 시장의 언어로 바꾸다: TEC 프로그램의 핵심
1995년 미국과학재단(NSF)의 지원으로 탄생한 TEC(Technology Entrepreneurship Commercialization) 프로그램은 기술사업화 교육의 표준으로 불립니다. 단순히 이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시장이 요구하는 가치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TEC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장 지향적 접근'입니다.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기술이 가진 가치를 정의하고 잠재적 사업 가능성을 평가하는 프로세스를 학습합니다.
- 분석 도구 세트: 팀원들이 설문지, 점수 표, 워크시트 등을 활용해 기술사업화 과정을 직접 체험합니다.
- 실전형 교수진: 벤처 경험이 풍부한 이공계 교수와 경영학 교수가 공동으로 지도합니다.
- 현장 코칭: ‘Executives in Residence’ 제도를 통해 실제 경영진이 코치로 참여하여 현실적인 조언을 제공합니다.
2. 전 세계로 퍼지는 성공의 파급력: CoHiTEC과 한국의 도입
TEC 프로그램의 탁월함은 국경을 넘어 전 세계 8개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바로 포르투갈의 ‘CoHiTEC’입니다. 102개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탄생한 이 프로그램은 매년 연구자와 MBA 학생들을 매칭하여 30여 개의 기술을 분석하고, 12개의 사업계획서를 도출하며 실질적인 벤처 창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대덕연구단지의 우수한 기술력을 사업화로 연결하기 위해 2007년 대전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TEC 프로그램을 도입한 바 있습니다. 이는 해외 기관 최초로 스탠포드 대학의 ‘Price Institute Innovation Entrepreneurship Educators Award’를 수상할 만큼 그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3. 성공의 토양: RTP(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가 증명한 혁신 클러스터
TEC 프로그램이 꽃을 피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RTP(Research Triangle Park)라는 탄탄한 혁신 생태계가 있습니다. 1959년 대덕연구단지의 모델이 되기도 했던 RTP는 주 정부, 기업가, 대학교수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클러스터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RTP의 성장은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80년대 중반까지는 ‘실패한 연구단지’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연구소 간의 교류를 촉진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관용적인 문화를 조성하며 고도화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현재는 IT와 BT 분야를 중심으로 전 세계 혁신 기업들이 모여드는 글로벌 클러스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맺음말
기술사업화는 단순히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아닙니다. 기술을 시장의 언어로 번역하고, 사람과 자본을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TEC 프로그램과 RTP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기술 그 자체보다, 그 기술을 사업화로 이끄는 '사람과 프로세스'에 대한 투자가 혁신의 핵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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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사업화야 | 김재수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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