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기술이전 정책이 우리나라 R&D에 남긴 교훈
2000년 「기술이전촉진법」이 제정되고 2001년부터 시행될 당시, 필자는 기술이전촉진법 제정을 위한 정책연구에 참여하면서 미국의 「Stevenson-Wydler Technology Innovation Act」와 「Bayh-Dole Act」를 비롯한 해외 기술이전 제도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당시에는 기술이전 제도를 잘 구축하면 기술사업화도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5년이 지난 지금, 수많은 기술사업화 현장을 경험하면서 기술은 이전할 수 있지만 사업은 이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미국은 왜 세계 최초의 기술이전법을 만들었을까?
1970년대 후반 미국은 세계 최고의 연구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연구성과가 산업계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한다는 문제에 직면했다.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많은 연구성과가 논문과 특허에 머물고 산업계로 확산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0년 제정된 것이 Stevenson-Wydler Technology Innovation Act이다.
이 법은 미국 연방 연구기관에 기술이전 전담조직(ORTA, Office of Research and Technology Applications) 설치를 의무화하고, 연구성과를 민간기업으로 이전하는 것을 연구기관의 중요한 책무로 규정하였다.
오늘날에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기술이전 제도가 당시에는 매우 혁신적인 정책이었다.
실제로 이 법을 계기로 미국은 국가 연구성과를 산업계와 연결하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게 되었고, 이후 세계 여러 나라가 이를 참고하여 기술이전 정책을 수립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2000년 「기술이전촉진법」을 제정하고 2001년부터 시행하면서 미국의 제도를 중요한 참고 사례로 활용하였다.
기술은 이전되었지만 사업은 왜 성장하지 못했을까?
25년 전 정책연구를 수행할 당시에는 기술이전 제도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에서도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다.
특허는 꾸준히 증가했다.
기술이전 계약도 늘어났다.
하지만 모든 기술이 시장에서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지금 돌아보면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기술이전과 기술사업화는 서로 다른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기술이전은 연구성과를 기업으로 전달하는 과정이다.
반면 기술사업화는 고객이 돈을 지불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과정이다.
기술은 이전될 수 있지만 고객은 함께 이전되지 않는다.
시장도 이전되지 않는다.
투자도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는다.
생산과 판매 조직 역시 기술이전 계약서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국 기술사업화를 완성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시장과 사람이었다.
이러한 한계를 인식한 미국은 이후 Bayh-Dole Act, Federal Technology Transfer Act, CRADA(Cooperative Research and Development Agreement) 등을 도입하며 단순한 기술이전에서 공동연구, 특허 활용, 창업과 민간 협력까지 정책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갔다.
즉, 기술을 이전하는 정책에서 기술이 시장에서 성공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으로 발전한 것이다.
우리나라 기술사업화 정책은 어디로 가야 할까?
지난 30여 년 동안 기술사업화 현장을 지원하면서 필자가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다음과 같다.
"기술은 정말 좋은데 왜 사업이 되지 않을까요?"
처음에는 기업마다 이유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많은 사례를 분석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공통된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술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최소한 다섯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은 누구인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가?
경쟁기술보다 어떤 가치가 있는가?
실제로 실행할 조직과 자금이 준비되어 있는가?
언제 수익이 발생하는가?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질문 가운데 어느 하나도 기술이전 계약서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기술사업화 정책은 단순히 몇 건의 기술을 이전했는가를 평가하는 시대를 넘어, 얼마나 많은 기술이 시장에서 성공했는가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앞으로는 기술이전 건수보다 사업화 성공률, 특허 수보다 시장 적합성, 연구성과보다 가치 창출이 더 중요한 정책 지표가 될 것이다.
AI와 빅데이터 역시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기술사업화는 기술을 많이 이전하는 경쟁이 아니라, 시장에서 성공하는 기술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 내느냐의 경쟁이다. 앞으로 정부와 연구기관의 성과지표도 기술이전 건수 중심에서 사업화 성공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특허와 논문만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고객, 경쟁기술, 투자환경까지 함께 분석하여 기술사업화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정책의 중심도 기술이전을 얼마나 많이 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기술이 시장에서 성공했는가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기술이전은 출발점이지만, 기술사업화는 최종 목적지이기 때문이다.
자주 묻는 질문(FAQ)
Q1. Stevenson-Wydler Technology Innovation Act란?
1980년 제정된 세계 최초의 미국 연방 기술이전법으로, 공공 연구성과의 산업계 이전과 기술이전 전담조직(ORTA) 설치를 의무화한 법입니다.
Q2. 왜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했나요?
기술이전 제도는 마련했지만, 시장·투자·사업화 역량까지 연결하는 생태계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기술만으로는 사업 성공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Q3. 미국은 어떻게 보완했나요?
Bayh-Dole Act, Federal Technology Transfer Act, CRADA 등을 도입해 대학·연구기관의 특허 활용과 산학협력을 강화하며 기술사업화 중심으로 발전시켰습니다.
Q4.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은?
기술이전 건수보다 시장성과 사업화 성과를 함께 평가하는 정책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Q5. 기술이전과 기술사업화의 차이는?
기술이전은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는 과정이고, 기술사업화는 그 기술을 제품·서비스로 만들어 매출과 수익을 창출하는 전 과정입니다. 즉, 기술이전은 출발점, 기술사업화는 최종 목표입니다.
결론
25년 전 저는 기술이전촉진법 제정을 위한 정책연구에 참여하면서 좋은 제도를 만들면 기술사업화도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25년 동안 기술사업화 현장을 경험하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기술은 이전할 수 있지만, 사업은 이전할 수 없습니다.
기술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고객, 시장, 투자, 실행역량, 그리고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이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Stevenson-Wydler Technology Innovation Act는 기술이전 정책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가 평가해야 할 것은 기술이 얼마나 많이 이전되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기술이 시장에서 성공했는가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역사에서 배우는 기술사업화 혁신전략
📊 SuccessOracle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