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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니어 산업에서 배우는 돈 되는 R&D

by SuccessOracle 2026. 9. 5.

일본 시니어 산업에서 베우는 돈 되는 R&D

일본은 고령자를 복지의 대상에서 시장의 고객으로 바꿨다. 이제 한국도 기술보다 시장을 먼저 보고 R&D를 설계해야 한다.
한국의 R&D는 그동안 '좋은 기술'을 만드는 데 집중해 왔다. 논문을 쓰고 특허를 확보하고 기술이전을 하는 것이 중요한 성과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좋은 기술인가?"에서 "누가 돈을 내고 살 것인가?"로. 고령화는 우리에게 거대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고, 일본은 이미 이 시장을 경험하고 있다.

1. 일본 시니어 산업, 얼마나 큰 시장인가

미즈호은행 산업조사부에 따르면 일본의 시니어 관련 시장은 2023년 96조4천억 엔(약 831조원) 규모였다. 의료 29조 엔, 개호 11조7천억 엔 외에 식품·주거·여행·운동·여가 등 일상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생활산업이 55조7천억 엔으로 가장 컸다. 2040년에는 약 114조7천억 엔(약 989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출처: みずほ銀行 産業調査部, 「高齢化先進国ニッポンにおけるシニア市場のポテンシャルへの着眼~マイナス5歳の世界~」
한국도 이미 거대한 시장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고령친화산업은 2020년 기준 약 72조8천억원 규모로 전망됐다. (출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고령친화산업 실태조사 및 산업분석」— 부산광역시 보도자료에서 재인용
조사 기준은 다르지만 사실은 같다. 고령자의 증가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동안 고령자는 복지 정책의 수혜 대상으로만 다뤄졌고, 관련 예산도 대부분 지원과 보호에 쓰였다. 하지만 일본의 경험은 다른 길을 보여준다. 같은 고령자를 '지출을 결정하는 소비자'로 바꿔서 보는 순간, 복지 예산으로는 만들 수 없던 새로운 산업이 열린다는 것이다. 이제 질문은 "고령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아니라 "고령자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돈을 벌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2. 일본 시니어 산업이 사업화되는 방식

일본 사례에서 주목할 것은 특정 제품이 아니라, 고령자의 문제를 발견해 제품과 서비스로 연결하는 과정이다. 식품기업 메이지는 고령자의 프레일(노쇠) 문제에 주목해 단백질·식이섬유·칼슘 등 권장 영양소를 평가하는 'Meiji NPS'를 개발했다. (출처: 株式会社明治, 「明治栄養プロファイリングシステム(Meiji NPS)」策定のお知らせ, 학술 검증 보도자료: — 고령자용 NPS는 프레일 대책을 고려해 설계되었고 권장 영양소로 단백질·식이섬유·칼슘·비타민D를 제시) 문제 발견 → 과학적 평가 → 제품 개발 → 소비자 선택이라는 사업화 구조다.
파소나그룹은 2026년 효고현 아와지섬에 장기체류형 웰니스 리조트를 열어 음식·운동·수면·의료를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결합했다. 객실에는 센서 전동침대도 도입해 수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관리한다. (출처: 株式会社パソナグループ 보도자료, 「THE PASONA natureverse retreat」, — 2026년 6월 효고현 아와지시 개업, 식·운동·수면 축의 미병(未病) 리트릿, 웰니스 프로그램 객실에 센서 전동침대 도입, 신코베대 의학부 부속병원 연계 의료 지원) 일본 경제산업성도 헬스케어 데이터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수익화할 수 있는 서비스 모델을 검증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출처: 経済産業省, 「令和6年度日常生活におけるPHRを活用したユースケース創出に向けた実証調査事業」공모 안내,  — 관련하여 令和5年度 「ヘルスケア産業基盤高度化推進事業(PHR利活用推進等に向けたモデル実証事業)」최종보고서도 참고 — ※ "지속적 수익화 서비스 모델 검증"이라는 표현은 이들 PHR 실증사업의 취지를 요약한 것이며, 특정 사업명을 그대로 인용한 표현은 아니므로 원문 인용 시 사업명 명기 권장)
두 사례 모두 출발점은 첨단기술이 아니라 "고령자가 실제로 겪는 불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고, 기술은 그 답을 제품으로 만드는 도구로 뒤따라왔을 뿐이다. "사회적으로 필요한가"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가"를 함께 묻고 있는 것이다.

3. 한국형 '돈 되는 R&D'를 설계하는 법

한국에는 이미 AI·바이오·의료·로봇·스마트팜 등 우수한 R&D가 지역마다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출발점이다. 연구자가 기술을 개발한 뒤 특허를 확보하고 기업을 찾는 방식이 많았지만, 시장은 반대로 움직인다. 먼저 고객의 문제가 있다. "혼자 생활하기 불편하다." "건강을 관리하고 싶다." "좋은 음식을 먹고 싶다." "수면을 개선하고 싶다." "병원에 가지 않고도 건강 상태를 관리하고 싶다." 이런 문제를 기업이 시장으로 만들고, 필요한 기술을 대학과 연구기관에 요청해야 한다. 기업과 청년이 시장의 출발점이 되고 연구기관이 기술 파트너가 되는 구조다.

 

제주의 관광·농업은 장기체류형 시니어 웰니스와 스마트팜으로, 강원은 의료·바이오·웰니스 기반을 살려 AI 건강관리와 장기체류형 웰니스로, 부산은 해양·의료·돌봄을 연결해 시니어 해양 웰니스로, 대구는 의료·로봇 기술로 고령자 일상을 지원하는 AgeTech로, 전북은 농생명 자원으로 고령친화 식품 시장으로 연결할 수 있다. 핵심은 새로운 R&D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기술과 자원을 시장 관점에서 다시 연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R&D가 정말 돈이 될 것인가. 기술의 우수성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문제에서 출발해 기술로 해결하고 시장에서 검증하며 실행으로 판매하고 수익을 만드는 구조인지, 이 다섯 단계를 통과해야 비로소 '돈 되는 R&D'에 가까워진다. 특히 마지막 단계인 수익 구조를 미리 그려보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 필요한 것이 Return Map, 즉 수익경로지도다.  시장 진입 → 고객 확보 → 매출 발생 → 손익분기 → 투자 회수 → 수익 확대로 이어지는 경로를, R&D에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을 기준으로 미리 시간축 위에 그려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의 시니어 웰니스 사업이라면, 첫해에는 고객 문제를 확인하고 시제품을 개발하고, 다음 단계에서 지역 실증과 초기 고객 확보를 거쳐, 이후 유료 고객을 늘려 매출을 만들고 손익분기점을 넘어 다른 지역과 해외로 확장하는 경로를 그려볼 수 있다. 앞으로 R&D 평가는 "과제가 성공했는가"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언제 시장에 들어가고 언제 매출이 발생하며 언제 손익분기점을 넘고 투자비는 언제 회수되는지, 얼마나 큰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까지 봐야 한다.

 

일본 시니어 산업에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은 기술이 아니라 시장을 먼저 보는 사고방식이다. 고령자를 복지의 대상이 아닌 새로운 고객으로 보고, 문제를 발견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필요한 기술을 R&D로 개발해 지역에서 실증하고 판매한다.          이제 지역 R&D의 질문도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돈을 내고 살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앞으로 이어지는 연재에서는 부산·강원·제주·대구·광주·충북·전북·경북·전남 등 주요 지역을 대상으로 일본의 시니어 산업을 벤치마킹하고, 각 지역에 이미 존재하는 산업·기술·R&D 자원을 활용해 어떤 '돈 되는 R&D'를 만들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대한민국의 지역 R&D가 연구비로 끝나지 않고 기업의 매출, 청년의 일자리, 지역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길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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