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는 이미 국내 최대의 워케이션 목적지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워케이션 참가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지역경제가 저절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 워케이션이 진짜 새로운 시장이 되려면, 방문객이 머무는 동안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산업과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 그 답의 실마리를 스마트팜에서 찾을 수 있다.
스마트팜이라고 하면 자동화된 온실에서 토마토나 딸기를 재배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고, 사업성 평가도 생산량과 매출 중심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해외에는 다른 계산법이 있다. 네덜란드 웨스트랜드는 100㎢가 안 되는 지역에서 온실원예 클러스터로 연간 60억
~80억 유로 규모의 산업을 만들었고, 지역 노동력의 거의 절반이 이 산업과 연결돼 있다. 일본 홋카이도 이와미자와시는 스마트농업 공동 인프라를 통해 쌀 생산비 절감과 농가소득 향상을 목표로 실증을 진행했다. 제주에서도 2025년 애월읍에 청년 대상 임대형 스마트팜을 짓기로 하고 총 242억 원을 투입하는 등 비슷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제주 스마트팜과 워케이션도 이제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무엇을 생산할 것인가"가 아니라 "스마트팜과 워케이션을 중심으로 어떤 새로운 시장을 만들 것인가"이다.
제주 스마트팜, 지역경제 활성화는 무엇이 다른가
기존 스마트팜 평가는 대체로 생산량을 얼마나 늘렸는지, 생산비를 얼마나 줄였는지처럼 시설 내부의 성과에 머문다. 지역경제 관점에서는 질문이 달라진다. 하나의 스마트팜이 얼마나 많은 연관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가를 함께 본다. 흐름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농업 → 기술 → 연구 → 가공 → 물류 → 유통 → 일자리
농산물 생산엔 포장·물류가, 품종 개발엔 연구개발이, 스마트팜 운영엔 센서·데이터·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요하다. 이 흐름을 실제로 구현한 곳이 네덜란드 웨스트랜드(Westland)다. 100㎢가 채 되지 않는 지역에 종자·재배·포장·운송·무역까지 온실원예 가치사슬 전체가 모여 있고, 기업·정부·연구기관·기술기업이 함께 연결돼 있다. 웨스트랜드 지방정부에 따르면 이 지역 온실원예 산업은 연간 약 60억~80억 유로 규모이며, 클러스터 전체 가치는 그 약 두 배에 이르고, 전 세계 첨단온실의 약 80%를 이 지역이 공급하며, 지역 노동력의 거의 절반이 이 산업과 관련돼 있다.
제주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시작됐다. 제주시는 애월읍 농산물원종장 부지 4㏊에 청년 대상 임대형 스마트팜을 조성하기로 하고, 총 242억 원(국비 140억+도비 102억)을 투입해 8개 팀(24명)이 저렴한 임대료로 온실을 운영하게 할 계획이다(2027년 완공 목표). 제주가 배워야 할 것은 온실을 많이 짓는 게 아니라 이런 거점 하나로 몇 개의 사업과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지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제주 스마트팜이 만드는 구체적 일자리와 사업
스마트팜을 중심에 두면 여러 직업과 사업이 파생될 수 있다.
가공상품 개발자: 음료·오일·디저트 같은 가공상품을 만든다. 식품 가공 인력뿐 아니라 지역 소상공인, 귀농 준비자도 참여할 수 있다.
체험·교육 프로그램 운영자: 수확 체험, AI 농업교육, 귀농·창업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한다. 은퇴자, 경력단절자도 강사로 참여할 수 있다.
농업관광·워케이션 기획자: 스마트팜 체험을 숙박·식당·카페와 연결해 상품으로 설계한다. 지역 관광기업과 청년 창업가가 함께 만들 수 있는 영역이다.
청년 창업가와 귀농인: 스마트팜을 거점으로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창업까지 연결한다. 제주 정착을 원하는 청년, 귀농을 고려하는 도시 거주자가 대상이다.
이 직업들은 처음부터 정규직일 필요는 없다. 파트타임·프로젝트 단위로 시작해 사업으로 커질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 공통적이다. 특히 농업관광·워케이션 기획자는 제주가 이미 갖춘 워케이션 인프라와 스마트팜을 곧바로 연결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가장 빠르게 시도해볼 수 있는 영역이다.
제주 스마트팜 지역경제 활성화의 지속가능성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한 번의 방문으로 끝나지 않는 순환구조가 필요하다.
스마트팜 체험 → 지역 소비(숙박·식당) → 교육·창업 실험 → 가공상품·일자리 → 재방문·정착
일본 홋카이도 이와미자와시는 이 순환을 공동 인프라로 접근했다. 스마트농업 기술을 도입하며 농기계와 데이터를 농가끼리 공동 활용하고, 절감된 노동시간을 다른 작물 생산에 돌리는 구조를 검토했다. 목표에는 쌀 생산비 50% 절감과 농가소득 20% 향상이 포함됐다. 돗토리에서는 일본정책투자은행(DBJ)이 투자한 실크팜이 유휴농지를 재생해 딸기·고구마를 생산하며 고령자·장애인 일자리를 만들었고, 2019년 딸기 관광농장을 열어 농업을 관광과 연결했다. 두 사례 모두 개별 농가의 장비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전체의 지속가능성 문제로 스마트농업을 다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본 와카야마현의 워케이션 사례도 같은 원리를 보여준다. 2017년부터 워케이션을 추진하면서 기업과 지역의 지속적인 관계 형성을 강조했고, 2017~2019년 104개 기업과 910명을 유치했다. 중요한 것은 참가자 숫자가 아니라 한 번 방문한 사람이 다시 지역과 연결되는 구조였다. 제주 워케이션이 스마트팜과 결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방문에서 끝나지 않고 지역 산업과 반복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진짜 시장이 된다.
필자의 생각: 30여 년간 기술사업화 현장에서 얻은 결론은 하나다. 문제(Problem)·기술(Technology)·시장(Market)·실행력(Execution)·수익(Return) 다섯 가지가 균형을 이뤄야 사업화가 성공한다는 것이며, 이것이 필자가 만든 SuccessOracle™ 5D 모델이 강조하는 핵심이다. 제주 스마트팜도 마찬가지다. 좋은 기술과 시설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니어의 경험, 청년의 도전정신, 기술자의 전문성, 연구자의 지식, 지역기업의 사업화 역량이 한자리에 모여 문제를 정의하고 기술을 검증하며 시장을 찾고 실행해야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이 만들어진다. 2014년 독일 슈타인바이스재단 연수에서 들은 한 문장이 지금도 남아 있다. "Some people dream, some people do." 꿈만으로는 사업이 만들어지지 않지만, 준비 없는 실행도 성공하기 어렵다. 제주 스마트팜과 워케이션이 생산시설과 관광을 넘어 새로운 일자리와 지역경제를 만드는 생태계로 성장하려면, 이제 철저히 준비하고 함께 실행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FAQ)
Q1. 기존 스마트팜 사업과 무엇이 다른가요?
농산물 생산·판매에 그치지 않고 가공·교육·관광·창업까지 연결된 산업생태계로 본다는 점이 다르다.
Q2. 워케이션과 스마트팜은 어떻게 연결되나요?
워케이션 참가자에게 스마트팜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연결하면, 단순 체류를 넘어 지역 산업과 반복적으로 접점을 만드는 구조가 된다.
Q3. 구체적으로 어떤 일자리가 생기나요?
가공상품 개발자, 체험·교육 운영자, 농업관광·워케이션 기획자, 청년 창업가·귀농인 등이다.
Q4. 청년이나 귀농 희망자에게는 어떤 기회가 있나요?
정규직이 아니어도 체험 강사나 가공상품 개발처럼 파트타임·프로젝트로 참여하며 사업을 키울 수 있다.
Q5. 성과는 어떻게 측정하나요?
생산량·매출뿐 아니라 방문객 수, 체류일수, 지역소비액, 창업 건수, 일자리 수를 함께 측정해야 한다.
결론
스마트팜의 미래를, 그리고 워케이션의 미래를 농산물 판매액이나 방문객 수에서만 찾을 필요는 없다. 웨스트랜드는 기술·연구·물류·유통·일자리가 연결된 산업생태계를, 이와미자와와 돗토리는 공동 인프라와 유휴농지 재생이 지역 일자리와 관광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와카야마는 반복 방문이 관계로 이어지는 구조를 보여준다.
제주 스마트팜과 워케이션도 생산시설·체류공간을 넘어 사람이 찾아오고 배우고 소비하고 새로운 사업을 실험하는 공간으로 확장한다면 새로운 지역경제 모델이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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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출처
웨스트랜드 클러스터 규모(연 60억~80억 유로, 첨단온실 세계공급 약 80%, 노동력 약 절반)는 웨스트랜드 지방정부(gemeentewestland.nl) 자료를, 이와미자와시 실증 목표(쌀 생산비 50% 절감, 농가소득 20% 향상)는 일본 정부 소개 자료를, 돗토리 실크팜(2019년 딸기 관광농장 개장)은 DBJ 보도자료를 인용했다. 와카야마현 워케이션 유치 실적(2017~2019년 104개 기업·910명)은 snapbyte 자료를 인용했다. 제주 애월읍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4㏊, 8개 팀 24명, 총 242억 원)은 2025.7.8 경향신문 보도를 인용했다. 제주 확장 모델은 제안 단계 구상으로 실제 운영 시 검증이 필요하다.
필자: 기술사업화 현장에서 35년째 일하고 있는 SuccessOracle입니다. KISTI, 한일테크노마트, 제주 스마트팜 멘토링과 스마트팜기술사업화협동조합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씁니다. 더 자세한 이력은 소개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