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은 더 이상 커리어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이 되고 있다.
2026년 8월 국가데이터처 발표에 따르면 55~79세 고령층 취업자는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섰고, 이 연령대 인구는 전체 15세 이상 인구의 37.0%에 달한다.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는 평균 53세에 퇴직하지만, 실제로는 74세까지 노동시장에 머무는 '초장기 근로'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출처: 경제타임스) 문제는 그 재취업의 질이다. 서울시 50플러스포털에 따르면 퇴직 후 재취업률은 약 10%에 그치고, 직급이 높을수록 성공률은 더 낮아진다. (출처: 서울시 50플러스포털) 한편 채용 플랫폼 원더풀시니어의 2026년 상반기 50세 이상 신규 가입자는 전년 하반기 대비 153% 증가했다 (출처: 한국경제) — 그만큼 많은 사람이 새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문은 좁다. 젊은 세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26년 설문조사에서는 직장인의 36~48%가 이미 부업(N잡)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더스쿠프) 재취업도, 정규직도 아닌 제3의 길 — 정년 없는 커리어를 오늘 이 글에서 다뤄본다.
앞선 글 「농산물이 아니라 '새로운 커리어'를 설계하라」에서 저는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경력 개념으로 퍼페추얼 커리어(Perpetual Career) — 나이와 직장에 관계없이 평생 배우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며, 지속적으로 커리어를 진화시키는 삶의 방식 — 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 다루는 '정년 없는 커리어'는 그 퍼페추얼 커리어라는 철학을 제주 스마트팜이라는 구체적 현장에서 어떻게 실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행 모델입니다.
정년 없는 커리어는 기존 재취업과 무엇이 다른가
기존의 퇴직 후 대응은 크게 두 갈래였다. 하나는 같은 직종·직급을 찾는 재취업, 다른 하나는 자본을 들여 가게를 여는 창업이다. 둘 다 "이전 경력을 새 조직이나 새 사업체에 다시 밀어넣는" 방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문제는 재취업 성공률이 10%대에 그치고, 창업은 초기 투자 실패 위험을 고스란히 개인이 떠안는다는 데 있다.
정년 없는 커리어는 다른 흐름을 제안한다.
경험 → 콘텐츠화 → 디지털 자산 → 지속 수익
이전 직장이나 사업을 통째로 재현하는 대신, 자신이 가진 경험 자체를 콘텐츠로 만들어 쌓아가는 방식이다. 퍼페추얼 커리어가 "평생 배우고 진화한다"는 삶의 태도를 말한다면, 정년 없는 커리어는 그 태도를 제주 스마트팜이라는 구체적인 무대 위에서 실행하는 방법이다.
정부도 이 흐름에 정책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관계인구 형성 지원(농촌형 워케이션)' 사업은 도시민에게 2박 3일 15만 원을 지원해 농촌을 체험하게 하고, 이를 통해 관계인구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출처: 모두의혜택) 해외에서는 일본 와카야마현이 수도권 IT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워케이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과 도시 인력을 연결하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snapbyte) 제주 AI 스마트팜 리트리트도 같은 맥락에 있다 — 다만 이는 현재 구상 단계의 제안 모델이며, 실제 운영 데이터는 아직 없다.
정년 없는 커리어가 만드는 구체적 결과물
정년 없는 커리어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참여자가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물로 설명돼야 한다.
스마트팜 체험 콘텐츠 크리에이터 — 스마트팜 농가를 직접 체험하고 그 과정을 블로그·영상으로 기록한다. 농업 경험이 전혀 없는 직장인이나 은퇴자도 참여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것은 관찰력과 꾸준한 기록이다.
AI 활용 블로그 운영자 — AI 도구로 콘텐츠 제작 속도를 높이고, 이를 애드센스 등 수익모델과 연결한다. 전업주부, 자영업자, 예비 창업자 모두가 진입 가능한 영역이다.
지역 경험 큐레이터 — 제주에서의 체류 경험을 정리해 이후 참가자들에게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제주도민이나 반복 방문자가 자연스럽게 맡을 수 있는 포지션이다.
이 직업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처음부터 정규직이거나 전업일 필요가 없다는 것 — 기존 일이나 생활을 유지하면서 병행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다.
정년 없는 커리어의 지속가능성
한 번의 체험으로 끝나면 이 모델은 지속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순환 구조다.
체류 → 경험 → 콘텐츠 → 디지털 자산 → 재방문/추천
참가자가 제주에 머물며 스마트팜을 체험하고(체류), 그 과정을 콘텐츠로 남기고(경험→콘텐츠), 이 콘텐츠가 블로그·SNS에 쌓여 디지털 자산이 되면, 다음 참가자를 끌어들이거나 본인이 다시 찾아오는 재방문으로 이어진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런 순환이 관광·워케이션 산업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 와카야마현의 워케이션 프로젝트는 참가 기업 직원들이 남긴 후기와 콘텐츠가 다음 참가자 유치의 홍보 자산이 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출처: snapbyte) 발리·치앙마이 같은 디지털 노마드 성지 역시 참가자들이 스스로 만든 콘텐츠가 다음 유입을 만드는 동일한 순환 위에서 성장했다.
여기서 30여 년간 기술사업화 현장을 지켜본 필자의 인사이트를 하나 덧붙이자면, 일반적인 기술사업화는 "기술 → 제품 → 시장"이라는 흐름을 따른다. 반면 정년 없는 커리어가 만드는 흐름은 "경험 → 콘텐츠 → 시장"이다. 대상이 기술에서 사람의 경험으로 바뀌었을 뿐, 시장이 원하는 가치와 연결해야 지속된다는 원리는 동일하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재취업·창업과 무엇이 다른가?
재취업·창업은 이전 경력을 통째로 재현하는 방식이지만, 정년 없는 커리어는 경험을 콘텐츠로 쌓아 점진적으로 수익을 만드는 방식이다. 초기 투자 부담이 적다.
Q2. 퍼페추얼 커리어와는 어떤 관계인가?
퍼페추얼 커리어가 "평생 배우고 진화한다"는 삶의 철학이라면, 정년 없는 커리어는 그 철학을 제주 스마트팜에서 실행하는 구체적 모델이다.
Q3. 어떤 결과를 기대할 수 있나?
스마트팜 체험 콘텐츠 크리에이터, AI 활용 블로그 운영자, 지역 경험 큐레이터 등 진입장벽이 낮은 역할부터 시작할 수 있다.
Q4. 은퇴자가 아니어도 참여할 수 있나?
가능하다. 직장인 36~48%가 이미 부업을 하고 있는 만큼, 본업을 유지하며 병행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Q5. 성과는 어떻게 측정하나?
아직 구상 단계이므로, 실제 운영 시 참가자 수·콘텐츠 생산량·재방문율 등을 지표로 추적할 계획이다.
결론
정년 없는 커리어는 새로운 직장을 찾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지속 가능한 자산으로 바꾸는 일이다. 고령층 취업자 1,000만 명, 재취업률 10%라는 숫자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이 흐름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주 AI 스마트팜 리트리트는 이 문제에 대한 하나의 제안이다. 아직 실제 운영 데이터가 없는 구상 단계지만, 체류-경험-콘텐츠-재방문이라는 순환 구조는 국내외 워케이션 사례에서 이미 검증된 방식이며, 퍼페추얼 커리어라는 더 큰 철학의 첫 실행 사례이기도 하다.
다음 편에서는 이 모델이 제주 지역 경제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맞물릴 수 있는지, 그리고 평생학습이 퍼페추얼 커리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다룬다.
※ 제주 AI 스마트팜 리트리트는 현재 구상·제안 단계의 모델이며, 실제 운영 후 참가자 데이터로 검증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