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동안 기술사업화 현장을 지켜보며 얻은 결론은 하나다.
좋은 기술이 저절로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 R&D는 더욱 그렇다.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에는 좋은 기술과 특허가 있지만, 그것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시장을 만나지 못하면 기술은 연구실에 머문다. 반대로 지역에 분명한 문제가 있어도 이를 해결할 기술과 실행 주체가 없다면 사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의 우수성만이 아니다.
지역의 문제를 찾고, 기술을 연결하고, 시장을 확인하고, 실행한 뒤, 실제 수익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30년간의 기술사업화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R&D를 돈 되게 만드는 방법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본다.
지역 R&D 사전진단 — “이 R&D, 돈되유?”
된장을 잘 담그려면 아무 콩이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콩의 상태를 살펴야 한다.
지역 R&D도 마찬가지다.
연구비부터 투입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한다.
“이 R&D, 돈되유?”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평가모델보다 현장에서 이해하기 쉬운 다섯 가지 질문이 필요하다.
① 문제(Problem)
누가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가?
그리고 그 문제는 고객이 실제로 돈을 지불할 만큼 중요한가?
② 기술(Technology)
그 문제를 해결할 기술이 있는가?
대학·출연연의 특허나 연구성과 가운데 실제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은 무엇인가?
③ 시장(Market)
누가 고객인가?
고객은 개인인가, 기업인가, 지자체인가? 시장의 규모와 성장 가능성은 어떠한가?
④ 실행(Execution)
실제로 만들고 판매할 수 있는가?
기술을 가진 연구자뿐 아니라 사업화할 기업, 현장 실증기관, 판매채널과 자금이 준비되어 있는가?
⑤ 수익(Return)
마지막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어디서 돈을 버는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인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지, 기업이나 지자체와 계약하는 것인지,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것인지 수익모델을 구체적으로 그려야 한다.
이 다섯 가지가 바로 돈되는 R&D를 찾는 기본 진단법이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문제 × 기술 × 시장 × 실행 × 수익 = 돈 되는 R&D
이다.
지역 R&D 수익경로지도 — “그래서 어떻게 돈을 버는가?”
5가지 진단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이 수익(Return)이다.
그런데 “수익성이 있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언제, 누구에게, 무엇을 팔아서, 얼마를 벌 것인가?
이것을 한 장의 지도로 보여주는 것이 Return Map, 수익경로지도다.
예를 들어 강원도의 산림자원과 고령친화 기술을 결합한다고 생각해 보자.
단순히
“강원도에 산림치유 R&D가 필요하다.”
라고 끝내서는 안 된다.
수익경로를 그려야 한다.
무료 체험
→ 유료 산림치유 프로그램
→ 시니어 장기체류
→ 가족·기업 복지상품
→ 지자체·공공기관 계약
→ 다른 지역으로 확산
이렇게 되면 R&D의 결과물이 단순한 기술이나 특허가 아니라 돈이 만들어지는 사업경로로 바뀐다.
따라서 Return Map은 R&D가 끝난 뒤 성과를 측정하는 도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R&D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순간부터 수익경로를 그려야 한다.
좋은 R&D란 기술이 뛰어난 R&D가 아니라,
어떤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어떤 경로로 매출을 만들 것인지 설명할 수 있는 R&D다.
지역 R&D 실행 중간점검 — 돈이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좋은 씨앗을 골랐다고 해서 좋은 수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R&D도 마찬가지다.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시장의 반응이 예상과 다를 수 있고, 기술개발이 늦어질 수도 있으며, 고객이 생각보다 돈을 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EWS(Early Warning System)다.
EWS는 R&D가 진행되는 동안 사업화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는 장치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고객이 실제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가?
- 시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 목표한 시장 진입 시점이 지켜지고 있는가?
- 실제 구매 또는 계약으로 연결되고 있는가?
- 예상했던 수익경로가 작동하고 있는가?
문제가 발견되면 방향을 수정한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늦게 발견하지 않는 것이다.
돈이 안 되는 R&D를 끝까지 끌고 가는 것보다, 돈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빨리 확인하고 방향을 바꾸는 것이 훨씬 큰 성과일 수 있다.
결국 지역 R&D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연결’이다
지역에는 좋은 기술이 있다.
지역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그리고 새로운 시장도 있다.
문제는 이 세 가지가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래서 지역 R&D는 다음과 같은 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 문제 발견
↓
기술 탐색·매칭
↓
시장 확인
↓
실행 가능성 점검
↓
수익모델 설계
↓
Return Map 작성
↓
시장 실증
↓
EWS 중간점검
↓
매출·성과 확인
↓
다음 R&D 발굴
이것이 지역 R&D를 단순한 연구비 집행이 아니라 지역의 매출과 일자리를 만드는 투자로 바꾸는 방법이다.
그리고 여기서 출발한 질문이 바로 이것이다.
“이 R&D, 돈되유?”
복잡한 기술평가를 먼저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먼저 다섯 가지를 물으면 된다.
문제는 있는가?
기술은 있는가?
시장은 있는가?
실행할 수 있는가?
그리고 돈은 어떻게 버는가?
이 다섯 가지 질문에 답하고, 마지막으로 Return Map으로 돈이 만들어지는 경로를 그려보는 것이다.
30년 동안 기술사업화 현장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것이다.
좋은 기술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좋은 기술이 돈이 되는 길을 찾는 것이다.
지역 R&D도 이제는 연구비를 얼마나 썼는가보다,
얼마나 좋은 문제를 발견했고,
어떤 기술을 연결했으며,
어떤 시장을 만들었고,
얼마나 많은 매출과 일자리로 연결했는가
를 물어야 한다.
그 시작이 바로 “이 R&D, 돈되유?”다.